영화

수자쿠 - 모에의 주작 (萌の朱雀/Suzaku, 1997) 1CD

pulbitz 2005. 9. 2. 21:04
 


수자쿠 - 모에의 주작 (萌の朱雀/Suzaku, 1997)

감독 : 가와세 나오미
출연 : 시바타 고타로, 가미무라 야스요, 이즈미 사치코, 구니무라 준, 오노 마치코

http://blog.naver.com/frankie88/100008382035

깐느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는다는 것은 영화작가들에게는 가장 큰 축복이자 선물이다. 그렇다면 깐느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받는다는 것은? 그것은 신인감독들에게 있어 가장 큰 축복이자 선물이다. 97년 깐느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받은 <수자쿠>는 극동의 무명감독, 그것도 28살밖에 먹지 않은 여성감독 가와세 나오미에게는 분명 축복이었을 것이다.

<수자쿠>, '연두빛 주작'이라고 할 수 있는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온통 초록빛 신록으로 가득하다. 바람에 나부끼는 오래된 나무들의 유연한 흔들림, 깊이를 알 수 없는 숲의 초록빛, 그 속에서 서걱거리는 잎들의 향연, 그리고 또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가족들의 이야기... 수자쿠는 바로 이런 이야기를 다큐멘타리를 찍듯이 꾸밈없이, 소박하고 담백하게 그리고 있다.

1971년, 일본 나라현의 남쪽 끝, 니시요시노 마을, 감독이 고향이기도 한 이곳 산골 마을에 타하라 고조라는 남자가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고조는 어머니와 아내, 딸 미치루, 조카 에이스케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당시 개발정책에 따라 이곳 산골마을에도 철도가 놓인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계획은 무산되고, 마을사람들은 하나둘 도시로 떠나간다. 15년 후, 어린 미치루가 고등학생이 되고, 조카 에이스케는 청년이 되어 마을 여관에서 일을 한다. 사춘기 소녀 미치루는 사촌오빠인 에이스케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고, 에이스케는 어릴 때부터 따르던 숙모, 즉 미치루의 엄마에게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다. 어느날 8밀리 카메라를 들고 산속으로 들어갔던 아버지 고조가 시체로 발견된다. 슬픔에 빠진 가족은 이제 각자의 길로 가기 위해 뿔뿔이 흩어질 위기에 놓이게 된다.

영화 <수자쿠>는 줄거리만 놓고 보자면 그저 평범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영화에 윤기를 더해주고 풍성하게 해주는 것은 다름아닌 영상이다. 다큐멘타리 출신 감독답게 가와세 나오미는 이 평범하면서 비극적인 가족들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낸다. 자연은 고조 가족들과 순박하기 짝이 없는 마을 사람들의 고향이자, 너른 품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묶어두는 일종의 족쇄이기도 하다. 그런 자연을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그 숨결조차 잡아둘만큼 세밀하게 카메라에 담아냄으로써 한 가족의 역사를 자연 속에 감정이입을 시키고 있다.

69년생으로, 오사카 시각예술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한 가와세 나오미는 장편극영화데뷔작인 이 작품을 찍기까지는 주로 다큐멘타리를 만들어왔다. 어릴 적 일찍 아버지를 잃은 그녀는 그에 대한 그리움을 <포옹하며>라는 다큐멘타리로 만들었고,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에 대한 다큐멘타리 <카타츠모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러니 <수자쿠>는 그녀의 짧은 영화이력의 연장선이자 확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수자쿠>의 중심인물은 딸인 미치루이지만, 가장 중요한 시선을 아버지에게 가있다. 그리고 가족 구성원 개개인에게 밀착돼 있으며, 미치루는 관찰자처럼 그려지고 있다. 이는 아버지 없이 외롭게 자란 어린 소녀 가와세 나오미와의 감수성이기도 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긴 하나, 다큐멘타리 출신답게 가와세 나오미의 영화적 접근은 다큐멘타리적이다. 70년대 일본 농촌을 모습을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추억과 그 개인이 발을 딛고 있는 곳의 현실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며, 이를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그린 영화 <수자쿠>. <수자쿠>는 현대인의 잃어버린 고향을 이야기하는 영화인 동시에 자연과 고향, 어린시절의 추억이라는 이미지가 하나의 빛깔로 칠해진 작품이다.

eD2K 링크 Suzaku.1997.DVDRip.XviD.MP3.FrenchSub.av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