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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과실 (狂った果実/Crazed Fruit, 1956) 1CD iMBT

pulbitz 2005. 9. 30. 18:07
 


미친 과실 (狂った果実/Crazed Fruit, 1956)

감독 : 나카히라 코우
출연 :  후지시로 아유코, 후카미 다이조, 기타하라 미에, 해럴드 콘웨이, 오카다 마스미, 이시하라 유지로, 츠가와 마사히코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6810

나츠히사(이시하라 유지로)는 마음대로 여자를 가지고 놀며 방탕한 생활을 하는 소위 '태양족'이나 남동생 신지(츠가와 마사히코)는 형과는 달리 왜소한 몸에 아직 여자라곤 모르나 어느 날 우연히 스치고 지나간 에리(기타하라 미에)에게 순진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나츠히사 무리들이 모이는 파티에 에리를 동반했던 신지는 에리와 함께 빠져나와 차로 후미까지 달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입맞춤을 하고 뜨거운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나츠히사는 남동생의 마음을 알면서도 에리와 육체 관계를 가지게 된다. 에리는 신지의 순정을 사랑하는 한 편 나츠히사의 강인한 육체에도 강하게 끌리고 있다. 친구인 히라사와(오카다 마스미)에게 모든 것을 들은 신지는 모터보트로 두 사람을 쫓는다. 쨍쨍하게 내리쬐는 한여름의 태양 아래 신지의 보트는 두 사람이 탄 요트의 주변을 따라붙듯 선회한다. 싸움 끝에 나츠히사와 에리를 바다에 빠뜨린 신지의 보트는 바닷속 그들을 향해 질주해 간다.


홍성진 영화 해설

태양족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키며 대대적인 흥행몰이에 성공했던 트렌드 드라마. 주연을 맡은 이시하라 유지로는 소년같은 외모에 긴다리, 흘러넘치는 도전적인 활기로 그 시대의 젊은이들을 매혹시키면서 동시대의 아이콘으로 새롭게 급부상했다. 제 멋에 가득차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진한 고독감을 던져주는 이미지가 여운을 남긴다.

투네이시 후미꼬 常石史子 (동경국립근대미술관 필름센터) 소개 글. 한 여름 하야마(葉山) 해변을 무대로 매혹적인 한 여성을 둘러싼 형제의 욕망과 배반을 그리고 있다. 현재 도쿄 도지사로 당시는 가장 앞서가는 풍속 작가였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太郞)가 쓴 <태양의 계절>은 성에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을 이르는 '태양족'이란 유행어를 낳아 사회 현상이 되었었다. 신타로의 친동생인 이시하라 유지로(石原裕次郞)를 주연으로 영화화 된 "태양의 계절"(1956)이 화제가 되어 붐을 타고 갑자기 기획된 본 작품은 신타로 자신이 각본도 썼다. 사회에 대한 막연한 분노를 폭발시키 듯 활력이 흘러 넘치는 유지로의 육체는 1950년대의 청춘을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다. 게다가 기타하라 미에는 이때 유지로의 부인이 된다. 본 작품은 17일이라고 하는 짧은 기간에 촬영되었으나 즉흥적인 연출이 예상외의 신선함을 주어 신인 나카히라 코우를 일약 '마스무라(村), 나카히라 시대'라는 유행의 중심에 놓게 하였다. 프랑스에서도 개봉되어 젊은 프랑소와 트리포는 '카이에 드 시네마'지에 프랑스 영화 <솔직한 악녀>(1956)와의 유사성을 지적하며, 전체적으로는 이를 넘어선 작품이라고 칭찬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강소원 소개글

이시하라 신타로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신랄하고 차가운 시선의 청춘영화다. 대조적인 성격의 두 십대 형제가 한 여자를 공유하면서 빚어지는 비극을 해부학적 시선으로 그린 이 영화에는 1950년대 일본 청년들의 시니컬하게 뒤틀린 표정이 들어가 있다. 그 안에는 당대 일본 젊은이들의 정신적인 공황 상태에 대한 공감과 비판이 동시에 들어가 있는 것이기도 하다. 1950년대 일본 문단은 기성의 윤리를 거부하는 현대 일본 젊은이들의 초상에서 위기를 읽어내는데 주력했다. 기성세대를 전면 부정하고 시대에 맞는 진실된 뭔가를 찾고자 하는,그러나 그것이 뭔지를 모르는 십대들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사는게 최선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빈둥대는 삶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그 위험한 청춘들은 술 마시고 춤추고 여자들을 꼬득이는데 전력을 다한다. 자신들이 속해있는 시대를 ‘지루함의 시대’로 요약하는 그들은 저항에는 익숙하지만 지향해야 할 그 어떤 것도 가지지 못한 것이다. <미친 과실>은 그들 공동체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함께 호흡하면서 격렬한 논쟁에 한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비판적 거리두기를 포기하지도 않았다. 몰아붙이지 않으면서도 그 파국을 냉정한 시선으로 지켜보는 무서움이 이 영화에는 있다. 누구의 문제인가?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미친 과실>은 기댈 수 있는 어떤 가치나 신의, 삶의 의미도 갖지 못한 세대의 도덕적 공황이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를 매섭게 경고하는 영화이다.